버릴것 없는 장터, 채우장
쓰레기 없는 장 보기, 가능할까?
제로웨이스트 삶을 지향하는데,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쓰레기 없이 장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걸 알았을 때 던졌던,
채우장을 시작하게된 질문이에요.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식재료를 샀을 때 생기는 일회용품이라는걸 알게되었고, 어떻게 포장 없이 식자재를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운영하고 있던 보틀팩토리 공간에서 사과, 감자 등 일부 식자재를 포장 없이 판매하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품목이 상시 구비된 마트가 아니다보니 판매율이 높지 않았고, 그렇다보니 신선하게 유지하기 힘들었어요. 몇 가지 품목을 구비하는 것으로는 일상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했다 보기도 힘들었고요. '어떻게하면 다양한 식자재를 신선하게 포장 없이 판매할 수 있을까?'
내가 모든 품목을 구비하여 판매하기는 어렵지만 근처에서 이미 팔고있는 소상공인의 품목을 한달에 한번이라도 포장없이 판매하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하게 된 채우장
자기 용기가 없으면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이상한 장터. 반대로 말하면 손님이 용기를 챙겨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팔수 없는 장터.
손님이 오더라도 준비물이 없다면 소용 없으니 사전에 열심히 준비물에 대한 안내를 했습니다.
’어떤 품목이 판매되는지, 그걸 사려면 뭘 챙겨와야하는지’
걱정과 함께 시작한 2019년 4월 첫 채우장.
생각보다 정말 많은 손님이 와주셨고, 놀랍게도 다들 담아갈 용기를 잔뜩 준비해오셨어요.
채우장에서의 판매 방식 소개해드립니다.
모든 품목은 포장 없이 판매되고 각자 가져온 용기에 원하는 만큼 담아갑니다. 그렇다보니 가격도 사는 만큼, 제각각이고요.
더치커피도와 같은 액체도 예외는 아니라 미리 병에 담지 않고 자기가 가져온 용기에 담아갑니다.
어떤 품목이 판매되는지 미리 확인하고 그에 맞는 용기를 준비해와야 살 수 있는 장터, 서로의 약속이 지켜지는 곳.
버릴 것 없이 채워가면 좋은 점은,
우선, 정말 예뻐요. 어떤 용기에 담든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랩을 칭칭 감은 스티로폼, 검은 봉지보다 예쁘죠.
장 보고 식탁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어딘가에 옮겨 담고 씻고 버리고 분리배출하러 나갈 필요 없이 냉장고에 넣기만 하면되니 편하고요.
채우장을 알리는 포스터는 손님들의 장 본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같은 모습은 하나도 없는 개성있는 장 보기, 제각각 아름답고 기분좋은 일상의 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