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컨설팅] 경복쌀상회
2021-12-17
원하는 만큼 버릴 것 없이, 경복쌀상회
연희동에서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주거 공간과 개성있는 소규모 상업 공간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젊은 사장님들이 새롭게 연 가게들도 있지만 오래된 가게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50년 넘는 시간 동안 쌀, 콩, 잡곡, 소금 등을 취급해온 경복쌀상회는 대를 물려 한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2020년 가을 새로운 모습으로 지역주민에게 인사한 경복쌀상회를 소개합니다.
LOCATION: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길 41
보틀팩토리와의 협업을 통해 곡물 무포장 소분이 가능해지면서
지나가다가도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동네 쌀집에서 원하는 만큼 직접 덜어 사는 경험을 통해
밥 지어 먹는 시간을 더 소중하고 맛있게 만들어 보세요.
1. 경복쌀상회 옛 모습
경복쌀상회는 주로 단골 분들을 대상으로 도매상을 운영하고 계셨는데요,
쌀포대가 높이 쌓여 내부를 가리고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경복쌀상회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보틀팩토리의 스텝이 동네 쌀가게가 궁금해 들여다 보다가 쌀도 사고 사장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요.
마침 오랫동안 유지해오시던 내부 공간을 바꾸고 싶은 사장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곳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다보니
가게는 주로 사무실 용도로 사용하셨다고 해요.
가구도 많고, 장식품도 많고,
그동안의 세월이 쌓인 짐이 참 많았습니다.
사장님은 저희가 상상하는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내부를 깔끔히 비워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2. 가게의 주인과 기획자의 사이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신 사장님은
저희의 소분숍 아이디어에 공감해주셨어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해주시기도 하고요.
우선 통유리창의 시트지도 제거하고 쌀포대 위치도 변경했습니다.
빛이 잘 들어오니 내부가 훨씬 밝아지더라고요.
인테리어만 예쁘게 바꾸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경복쌀상회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살려내서 지역에 잘 스며들 수 있고
또 사람들이 편리하게 잘 이용할 수 있는 동네의 소분숍이 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초기의 로고를 되살려 이곳저곳에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가게의 얼굴인 간판과 유리창 시트지,
경복쌀상회의 굿즈에 옛로고를 넣었습니다.
쌀포대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장바구니는
연희동 이웃 플라스틱팜과 함께 제작했습니다.
경복쌀상회에는 되나 키 같은 옛 물건들이 쓸모를 잃은 채 창고에 들어 있었습니다.
크기가 표준화되기 어렵다보니, 법이 바뀌면서 저울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장님이 이번 기회에 모조리 버리겠다고 하셔서
열심히 설득해 전등과 명함꽂이로 활용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요소가 낡고 필요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 마음이 짐작이 가기도 해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근처의 정음철물에서 도와주셔서 전등이 되었습니다.
바깥에서 투명하게 색색이 곡물이 보이는 진열장을 제안했지만
사장님은 많은 양의 곡물을 햇빛에 노출시키면 벌레가 쉬이 생겨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잡곡은 유리병에 조금씩 덜어 놓고, 쌀은 포대로 놓아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칠공소 선생님께 의뢰해 쌀포대를 그대로 놓는 거치대와
소분테이블을 설치하고 선반도 달았습니다.
많은 부분이 변화하면서 걱정 하셨을 사장님도
지나가는 주민 분들이 예쁘다는 반응에 자신감을 충전하시는 듯 했습니다.
3. 원하는 만큼, 버릴 것 없이
오픈 후, 유어보틀위크 행사를 통해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다보니
인스타그램(@gyunbuk_rice)를 만드시는 한편,
소분 손님들에게 쌀과자를 나눠주는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진행중이셨습니다.
사장님은 새로운 손님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끼고 계신듯 했습니다.
커피 하우스마다 다른 블랜드 원두처럼
입맛에 맞는 잡곡만 골라, 곡물 블랜드를 만들어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투명한 병에 층을 만들어 넣으면 예쁘게 담을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보틀팩토리를 지나실 때면 구운 계란을 가져다 주시기도 하고,
유어보틀위크 땐 경복쌀상회의 쌀로 뽑은 가래떡 한 박스를 선물해주신 사장님.
쌀집의 제로웨이스트 컨설팅 경험은 보틀팩토리에게 기분 좋고 값진 시간이었습니다.